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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결성 취지문

노동조합 결성 취지문

 

우리는 지금 부산일보 42년사에서 가장 중요한 분수령을 슬기롭고 용기 있게 넘기 위해 뜨거운 애사심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부산일보사 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 노동조합 결성이라는 막중한 임무 앞에 가슴 뿌듯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언론 본연의 사명인 공정보도의 실현은 물론 근로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왔다또 파행적인 경영 및 편집 체제를 통해 발행되는 굴절된 지면을 지켜보면서 그 원인을 여건 탓으로만 돌려 왔음을 뼈저리게 자인한다.


우리는 이제 공정보도를 실현하고 지켜나가면서 근로자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한다노동조합의 설립만이 부산일보가 지향하는 사시의 정신을 살리고 지역언론의 바른 기능을 되찾아 언론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길임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신문 발행 카르텔 체제의 자율화에 따른 중앙지들의 지방 공세 강화와 새로운 지방 신문의 출현이 예상돼 부산일보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여건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내 민주화를 통한 공정보도 자세의 확립이 시급하다신뢰받는 신문은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는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부산일보 근로자들은 그동안 사세의 비약적인 신장 속에서도 중앙 언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체계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후생복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특히 경영진의 일방적인 편집방향 설정과 부당한 인사는 창의적인 근로의욕을 꺾어버리기 일쑤였다.


우리는 노동조합의 원활한 활동만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며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발전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길임을 믿는다평화로운 노사협력 관계 속에서 언론자유를 실현하고 근로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통해 매듭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이다.


부산일보는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없으며 바람직한 언론상 정립을 위한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오늘 이러한 기운이 사시에 명시된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키는 활력소가 되고 부산일보가 진실의 공평한 보도와 중정을 관철하는 평론으로 국민의 행복에 헌신하는 신문이 되는 토대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노동조합의 단결된 힘으로 사내 민주화는 물론 언론민주화를 성취하자.

 

부산일보 노조 만세!

부산일보 만세!

언론자유 만세!

 

1988. 1. 22

 

부산일보사 노동조합 발기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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